정진호 만화작가 자동차사고 만평

성남비젼 | 기사입력 2019/04/23 [12:08]

정진호 만화작가 자동차사고 만평

성남비젼 | 입력 : 2019/04/23 [12:08]

 

정진호 만화작가 자동차사고 만평 

 

칼로 등을 맞고, 허벅지에 꽂히고, 어깨에 찔리며 살았습니다. 시린 날이면 흉터 속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옵니다. 살아오면서 내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두개골 골절로 병실에 누워있었습니다.

 

교도소 동기 중에 변호사 사무장이 있어 물어보니, 두개골 골절은 뇌손상이 없는 한 특별한 치료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보상도 약하다고 합니다. 학교(교도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무직자이니 도시일용근로자의 일당인 67,279원을 입원 일당 휴업손해로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위자료는 8급에 해당되어 3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그 녀석은 메시지로 공식까지 보내 주더군요.

 

합의금 = {치료비 + 위자료 + 휴업손해(일실상실) +향후치료비} x 과실상계

 

치료비는 병원과 보험사가 해결하면 되는 거고, 2주 입원해서 휴업손해가 14x 67,279 = 941,906원이 발생했습니다. 병실에서 환자복 상의를 벗었습니다. 합의하러 온 보험사 직원이 흠칫 놀라더군요. 내 몸에 아로새겨진 호랑이 문신을 보고 말입니다. 그가 진땀을 흘리며 향후치료비 175만원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원래는 70만원도 되지 않는데 그렇게 준다고 하더군요. 토탈 3백만 원을 맞춰주겠다고 합니다. 참 어이없었습니다.

띵 똥~

메시지가 왔습니다. 나를 열심히 코치해 주던 사무장이 돋 받으면 소주 값이라도 보내라고 계좌번호를 보냈습니다.

 

여름날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습니다. 뭔가 내릴 것 같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제 사회에서 과실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돈은 꼭 필요합니다. 앱으로 통장 잔고를 해 보니 3백만 원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이체가능 금액도 3백만 원이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 금액을 사무장의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잘못해 야구방망이에 두개골이 깨지고 뇌손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있다는 사무장 마누라의 울먹이는 소리를 듣고 밤새 고민하다 내린 결론입니다.

 

과일가게 앞에 수박이 비에 젖고 있습니다. 수박이 깨지면 안에서 시뻘건 내용물이 흘러나오겠지요. 지금 사무장이 그런 꼴을 당한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말짱하니 다시 한 번 살아봐야겠습니다. 과실 없는 삶을...

 

▲     © 성남비젼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