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름을 제도로 짓자

배춘봉 | 기사입력 2024/06/14 [12:05]

학교 이름을 제도로 짓자

배춘봉 | 입력 : 2024/06/14 [12:05]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무언가 명칭이 있다. 사람마다의 인명과 호칭이 있

▲     ©성남비전

고 다음으로는 생활 공간의 배경이 되는 자연과 땅, 건축물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명칭이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를 통하여 자기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온 귀중한 언어 문화재라 할 수 있다.

 

지명이나 건축물명은 그 시대와 각 민족의 정신문화의 특성을 표현한 것이므로 그들의 문화생활과 각 문화 지역에 속하는 발전상을 반영하여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 나라 한 지방의 전래 지명은 사람이 살아온 과정에서 생성된 온갖 전설과 역사, 문화, 민속 등의 정보가 담겨 있어서 그 지방의 특수한 자연환경과 생활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평택교육지원청은 지난 516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5년 개교 예정인 5개 학교에 대한 학교명을 주민과 함께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평택교육지원청은 20253월 개교 예정인 고덕동 2722-4번지 가칭 고덕13초등학교를 고덕함박초등학교(古德함박初等學校)’ 비전동 1010번지 가칭 소사벌2중학교를 소사벌중학교(素沙坪中學校)’로 학교명을 선정하고 20259월 개교 예정인 안중읍 현화리 792번지 일원 가칭 화양1초등학교를 평택화양초등학교(平澤華陽初等學校)’ 현덕면 화양리 산 168-10번지 일원 가칭 화양3초등학교를 평택연화초등학교(平澤年華初等學校)’ 안중읍 현화리 761번지 일원 가칭 화양1중학교를 평택화양중학교(平澤華陽中學校)’로 학교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건학이념이나 특정한 종교에 맞춰 교명을 짓지만, 공립은 대개는 소재지의 지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명은 장소의 이미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명은 사람들이 주변의 산, 하천의 지형이나 취락 등에 붙이는 고유한 이름으로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지명은 직접적으로 인식된 공간 형태를 나타내기도 하고, 정치적 변화의 역사를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명이 소재지의 지명과 맞지 않음에도 인근의 인지도가 높은 지명을 쓰거나, 경계 조정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의 행정구역이 바뀌어서 이름과 실제가 맞지 않음에도 그대로 쓰거나 음은 같지만 한자(漢字)로는 다른데 억지춘양 식으로 사자성어를 끌어와 꿰맞췌서는 안된다.

 

교명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친근하고 참신한 이름으로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역사성 및 상징성, 학교의 비전을 담은 이름 등을 기본 방향으로 하여 개성있고 한국의 전통미를 느끼게 하는 순우리말이나 지역의 인물을 기리는 뜻에서 이름이나 호를 택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거나, 혼동을 일으키는 교명은 피해야 한다.

 

또한 아라비아 숫자나 동서남북 등의 방위명칭, 발음하기 어려운 명칭, 외래어외국어 등이나 특정 종교집단을 연상시키는 명칭등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말 지명 사용 확산을 위해 자치법규로 정체성 함양을 위한 지명 사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한다. 순 우리말은 의미가 깊고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우리 말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미래 세대에게도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평택은 수도권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건설과 20여 개의 산업단지, 브레인시티, 고덕의 국제신도시 등의 개발과 SRT가 오가며 곧 KTX GTX-A,C 등의 정차로 교통망도 수월해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고 혼인율과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젊고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년 내에 인구증가로 인해 행정구역은 폐치분합되어 늘어나고 학교도 증설될 것이다. 늦었지만 작금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또 다른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졸속은 부작용을 낳고 때론 재앙을 부른다. 굳건하게 원칙이 세워져 있으면 수많은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원칙을 흩뜨려 버리면 한가지 변화에도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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